[특집] 지역의 이야기가 다시 무대에 오를 때
뮤지컬 〈다시, 봄 : 아지매들의 이야기〉로 보는 지역 공연예술의 새로운 협력
글. 윤 해 리 / 자료제공. 창원문화재단
2026년 10월, 뮤지컬 〈다시, 봄 : 아지매들의 이야기〉가 창원 3·15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10월 17일 창원을 시작으로 밀양, 김해, 부산을 차례로 찾는다. 창원·밀양·김해·부산 4개 도시를 잇는 이번 순회공연은 한 편의 뮤지컬이 지역 공연장을 따라 이동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이번 무대가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지역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공연장과 지역 배우가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해 완성한 공동제작이라는 점이다.
〈다시, 봄〉 부산·경남 공동제작 버전은 창원문화재단, 김해문화관광재단, 밀양문화관광재단, 부산 영화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추진하는 공연이다. 창원 공연은 2026년 10월 17일 오후 2시와 7시, 3·15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 공연은 시민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 공연장이 작품 제작과 유통의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지역 공연예술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공연장은 오래도록 완성된 작품을 초청하고 시민에게 선보이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그 역할만으로도 중요하다. 좋은 공연을 지역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일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된다. 그러나 이제 지역 공연장은 그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지역의 배우와 관객을 연결하며, 공연 이후의 유통까지 함께 고민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다시, 봄〉은 그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역 공연장이 단순한 공연 유통 공간이 아니라, 작품이 지역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의 한 축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그 과정의 중심에는 부산·경남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작품, 지역에서 다시 피어나다
부산·경남 공동제작 버전은 이 출발점을 이어받되, 지역의 배우와 지역 공연장이 함께 참여해 새로운 감각을 더한다. 서울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경남 배우들의 몸과 언어, 지역의 정서, 각자의 삶의 경험을 통해 다시 빚어가는 방식이다. 작품이 가진 본래의 힘은 유지하되, 그 안에 지역의 목소리와 생활의 결을 새로 입히는 일이다.
이 점에서 이번 공연은 단순한 재공연이 아니다. ‘다시 만나는’ 〈다시, 봄〉이면서, 동시에 지역에서 ‘다시 만들어지는’ 〈다시, 봄〉이다.
배우 선발부터 창작 워크숍까지, 지역이 참여한 제작 과정
배우들에게 이 오디션은 단순한 출연 기회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뮤지컬에 대한 갈증을 다시 꺼내는 계기였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멈춰 있던 무대의 시간을 다시 이어가는 출발점이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무대와 제작 환경을 기다려온 배우들에게 〈다시, 봄〉은 작품의 제목처럼 다시 노래하고, 다시 움직이며, 다시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일정한 삶의 시간을 지나온 배우들의 경험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배우들은 배역을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과 인물의 시간을 겹쳐 보며 작품 안으로 들어갔다. 가족을 돌보며 미뤄두었던 꿈, 무대를 떠나 있던 시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기대가 연습 과정 곳곳에 스며들었다. 그 경험들은 무대 위 인물들을 보다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존재로 만들어가는 힘이 되었다.
배우 선발 이후에는 창작 워크숍이 이어졌다. 부산·경남 공동제작 뮤지컬 〈다시, 봄 : 아지매들의 이야기〉의 지역 배우 8명은 2026년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밀양 아리나에서 창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은 작품의 창작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의 정서와 감각을 반영한 부산·경남판 〈다시, 봄〉을 구체화하는 첫 공식 일정으로 마련되었다. 워크숍에는 주요 창작진이 참여했으며, 배우들은 연극놀이, 대본 리딩, 안무 워크숍, 음악 연습 등을 통해 인물의 서사와 장면의 방향을 함께 발전시켰다.
워크숍은 연습 이전에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배우들은 ‘인생 그래프’를 그리며 서로의 지나온 시간을 나누었다. 보통 오래 알고 지내거나 사적인 자리에서야 꺼낼 법한 이야기를, 작품을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서로에게 열어 보인 것이다. 누군가는 무대를 떠나 있었던 시간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가족과 일을 병행하며 살아온 시간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자신감이 낮아졌던 시기를 고백했고, 누군가는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말했다.
그 과정은 배우들을 빠르게 가까워지게 했다. 서로의 삶을 들여다본 뒤, 배우들은 연습실에서 더 자연스럽게 호흡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작품 안에서 서로의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고, 삶의 동료가 되어야 하는 배우들에게 워크숍은 단순한 준비 과정이 아니었다. 각자의 삶이 작품의 바탕으로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지역의 언어와 감각이 작품 안으로 들어오다
이 변화는 단지 사투리를 쓰거나 지역명을 넣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인물이 살아온 방식, 관계를 맺는 태도, 말의 온도, 생활의 질감이 달라지는 일이다. 배우가 지역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이 인물의 몸에 스며들고, 관객은 그 감각을 통해 작품을 조금 더 가까운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다시, 봄〉이 다루는 이야기는 특정 세대나 성별에만 갇히지 않는다. 누군가는 무대 위 인물을 보며 엄마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지나온 자신의 시간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가족을 돌보느라 미뤄둔 꿈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너무 오래 혼자 견뎌온 마음을 발견한다. 배우들은 각자의 삶을 통해 이 인물들을 다시 읽고, 지역의 구체적인 생활감으로 무대 위에 세운다.
이때 지역 배우의 참여는 작품의 외형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작품의 온도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지역 배우의 몸을 통과하면서, 조금 더 가까운 말투와 조금 더 익숙한 정서, 조금 더 생활에 밀착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번 〈다시, 봄〉은 지역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넘어, 지역 배우들의 시간이 작품 안으로 들어간 무대가 된다.
함께 만들고, 함께 순회하는 공연
〈다시, 봄 : 아지매들의 이야기〉는 10월 17일 창원 3·15아트홀을 시작으로 10월 24일 밀양아리랑아트센터, 10월 31일 김해서부문화센터, 11월 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관객과 만난다. 순회공연은 총 4일 8회로 진행되며, 창원 공연은 오후 2시와 7시에 열린다.
순회공연은 단순히 여러 도시에서 같은 공연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지역 공연장이 함께 제작하고, 그 결과물을 각자의 도시에서 관객과 나누는 과정이다. 창원에서 시작된 무대가 밀양으로, 김해로, 부산으로 이어질 때, 이 작품은 하나의 공연을 넘어 지역 간 협력의 흐름이 된다.
특히 공공 공연장이 제작과 유통의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는 공연 한 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배우가 설 무대가 있어야 하고, 공연장이 제작 경험을 쌓아야 하며, 시민이 지역 가까이에서 창작공연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도시에서 만들어진 경험이 다른 도시로 이어지고, 다시 새로운 제작으로 축적되어야 한다.
이번 〈다시, 봄〉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배우에게는 다시 무대에 설 기회를, 공연장에는 공동제작의 경험을, 시민에게는 지역 배우와 지역 공연장이 함께 만든 창작뮤지컬을 만나는 시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지역이 문화예술을 단순히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유통하고 기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덟 개의 목소리로 만나는 〈다시, 봄〉
〈다시, 봄 : 아지매들의 이야기〉는 여덟 명의 배우가 함께 완성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삶을 지나온 배우들은 배역을 단순히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인물 안에 겹쳐 넣는다. 무대 위 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다시 봄’을 맞이하듯, 배우들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무대와 만나고,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진숙 역
Q. 진숙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요?
진숙은 단순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중심이 단단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배우는 진숙을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높은 인물로 바라본다.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챙기고 기대는 왕언니 같은 존재이지만, 그 단단함은 혼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Q. 진숙의 흔들림은 어떤 순간에 드러난다고 보나요?
진숙은 강해 보이지만 자식 앞에서는 엄마가 된다. 아무리 자존감이 높고 단단한 사람이어도, 자식과 부딪히는 순간에는 무너지는 마음이 생긴다. 배우는 진숙의 갱년기와 삶의 균열이 말보다 노래 안에서 더 크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한다. 진숙의 ‘다시, 봄’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을 붙잡는 힘에 가깝다.
은옥 역
Q. 이번 작품은 배우님에게 어떤 기회였나요?
배우는 뮤지컬을 전공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며 뮤지컬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고 했다. 지역에서는 규모 있는 뮤지컬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서울로 가야 할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런 시기에 〈다시, 봄〉 오디션을 만났고, 어머니가 “뮤지컬 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 싶다”고 한 말이 도전의 계기가 되었다.
Q. 은옥이 관객에게 전하는 가장 큰 응원은 무엇일까요?
은옥은 살아낸 사람이다. 남편을 잃고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시간, 여러 일을 하며 버텨온 생활력, 그 안에 쌓인 억울함과 피로가 있지만 주저앉지 않는다. 배우는 은옥을 통해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잘 안 되면 어떤가. 그냥 해보는 것, 하고 싶었던 것을 다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은옥의 봄은 시작된다.
수현 역
Q. 수현이라는 인물과 배우님의 시간이 겹친 부분이 있었나요?
배우는 오랜 시간 공연을 쉬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라고 일상이 바뀌면서 어느 순간 “나는 이제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 앞에 섰다. 수현 역시 방향을 잃은 상태에서 다시 가능성을 마주하는 인물이다. 배우는 수현의 무력감과 자신의 시간을 겹쳐 보며, 이 인물이 다시 길을 찾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Q. 수현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어떤 위로로 닿았으면 하나요?
수현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닿는 인물이다. 어릴 때 꿈이 있었거나, 살면서 한 번쯤 “나도 저걸 해봤으면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수현을 통해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배우는 관객들이 “아직 늦지 않았다, 해봐도 괜찮다”는 마음을 안고 돌아가길 바란다.
성애 역
Q. 성애는 작품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성애는 무대의 공기를 바꾸는 사람이다. 밝고 적극적이며, 때로는 눈치 없이 순수한 인물이지만 그 밝음은 가볍지 않다. 무거운 사연들이 이어질 때 성애는 웃음과 활력을 만들고, 장면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배우는 성애를 통해 주변 사람까지 함께 일으키는 긍정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Q. 성애의 밝음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다고 보나요?
성애는 보험설계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설정되어 있다. 극 안에서 그 사연이 직접적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배우는 성애가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이유를 그 삶의 배경에서 찾았다. 성애의 밝음은 아무 걱정이 없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주변 사람을 건강하게 붙잡기 위해 선택한 태도에 가깝다.
연미 역
Q. 연미를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붙잡은 감정은 무엇인가요?
배우는 연미의 감정을 슬픔이 아니라 쓸쓸함으로 바라본다. 연미는 자유롭게 살아온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자유가 완전히 가볍지만은 않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시장의 삶을 이어가고, 장녀로서 책임을 감당하며 살아온 시간이 있다. 그래서 연미는 울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씩씩하게 살아왔지만 마음 붙일 곳을 찾고 싶은 사람이다.
Q. 연미가 꿈꾸는 ‘다시, 봄’은 무엇일까요?
연미의 봄은 사랑이기도 하고, 관계이기도 하며, 자기 자신을 향한 변화이기도 하다. 배우는 연미가 이제는 흘러가는 대로만 살지 않고, 자기 마음이 향하는 곳을 찾아가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혼자 살아온 시간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놓을 곳을 찾는 것. 그것이 연미가 맞이하려는 새로운 계절이다.
승희 역
Q. 승희는 ‘가족을 위해 산 사람’으로만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배우는 승희를 희생만 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승희는 원래부터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적극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가정주부가 된 뒤에도 그 성향 그대로 집안일과 가족 돌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열심이 대부분 가족을 향해 있었고,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왔는지 묻게 된 인물이다.
Q. 승희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승희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삶도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꼭 새로운 꿈을 찾아야만 삶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챙기고, 하루를 돌보고,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시간 역시 충분히 멋진 삶이다. 배우는 승희를 통해 전국의 수많은 ‘승희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그 삶을 응원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경아 역
Q. 경아가 말하는 행복은 어떤 모습인가요?
경아의 행복은 크고 특별한 사건 속에 있지 않다. 가족과 맛있는 밥을 먹고, 누군가를 챙기고, 하루의 일상을 이어가는 시간 속에 있다. 배우는 경아를 연기하며 엄마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모두를 챙기고, 밥을 차리고, 가족의 하루를 돌보는 일은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이다.
Q. 관객들이 경아를 통해 ‘행복’을 어떻게 바라보길 바라나요?
배우는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쫓지만, 이미 곁에 있는 일상 속에 행복이 있을 수 있다. 돌볼 가족이 있고,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있고, 하루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경아는 그 소소한 삶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백작 역
Q. 백작은 작품 안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백작은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도록 판을 여는 존재다. 사고 이후 인물들이 같은 꿈을 꾸고, 각자의 삶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배우는 백작을 삶을 심판하는 인물이라기보다, 각자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존재로 바라본다. 문이자, 창구이자, 관객이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는 문지방 같은 인물이다.
Q. 백작을 신비로운 존재보다 현실적인 인물로 해석한 이유가 있나요?
배우는 백작을 무겁고 신비로운 저승사자처럼만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에 허덕이고 승진을 걱정하는 직장인처럼, 너무나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그래서 백작은 판타지를 열면서도 관객과 거리를 좁힌다. 낯설고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웃음과 현실감을 통해 관객이 작품의 의미에 더 편하게 다가가도록 돕는 인물이다.
공연장이 지역문화를 키우는 방식
문화재단의 역할은 공연을 올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좋은 공연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물론, 지역 예술인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공연장이 제작의 경험을 쌓으며, 지역의 문화 자원이 다음 무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일까지 포함한다.
〈다시, 봄〉은 그런 점에서 ‘일상으로 스며드는 문화 플랫폼’이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무대 위 이야기는 중년 여성들의 삶을 다루지만, 무대 밖 이야기는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서울의 창작 역량, 지역 공연장의 제작 기반, 부산·경남 배우들의 경험이 결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그 안에서 창원문화재단은 시민 곁에 공연을 가져오는 것을 넘어, 지역 공연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넓혀가는 역할을 한다.
배우들의 인터뷰에서도 이 의미는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지역에서 뮤지컬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말, 서울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좋은 제작 환경을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 이런 기회가 더 많은 배우들에게 열렸으면 좋겠다는 말. 이 목소리들은 이번 공연이 단지 한 편의 무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역 배우들에게는 다음을 상상하게 하는 경험이고, 지역 공연장에는 제작의 가능성을 넓히는 실험이며, 관객에게는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경험이다.
10월 17일, 창원에서 첫 무대가 열린다. 객석의 시민들은 무대 위에서 아지매들의 이야기를 만나겠지만, 그 이야기는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시 떠올리게 할 것이다. 동시에 그 무대 뒤에는 지역이 직접 공연을 만들고, 배우를 발굴하고, 공연장을 협력의 플랫폼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이 놓여 있다.
한 편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이 있다. 배우에게는 다시 무대에 섰다는 기억이, 공연장에는 함께 제작했다는 경험이, 시민에게는 지역의 이야기를 지역의 배우를 통해 만났다는 감각이 남는다. 그것이 이번 〈다시, 봄〉이 창원에서 시작하는 이유이자, 창원문화재단이 지역 공연예술의 새로운 봄을 시민 곁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